고객의 마음을 바로 읽는 비결 ![]() 이연수 | 2007.06.13 | 주간경제 940호 |
고객 유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요즘, 기업들은 고객을 재차 강조하면서 고객중심적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고객중심적 기업의 출발점이 되는 고객의 경험과 니즈를 제대로 이해하는 방법을 알아본다.
요즘 고객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마케팅은 물론, 경영 전략을 고객중심적으로 바꾸기 위해 기업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고객 중심적인 기업이 되고자 하는 부단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이 고객을 대하는 방식이 크게 달라지지도 않고, 고객의 반응도 신통치 않은 것을 많은 기업들이 경험했을 것이다. 제일 중요한 것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고객중심적인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모든 기업 활동의 중심에 고객이 있어야 한다. 한 마디로 고객에 대한 철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과연 우리 회사의 고객은 누구인가? 그들은 무엇을 크게 중요시하는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 잘못 알고 있거나 오해하고 있는 점은 없는지? 그리고 이에 걸맞게 우리 회사는 일관적이고, 차별적인 가치와 경험들을 제공하고 있는가? 제대로 된 고객중심경영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부터 하나씩 되짚어 봐야 한다.
마케팅의 대가 필립 코틀러는 ‘고객 니즈의 이해는 마케팅의 출발점이며, 경영에서 이것이 없으면 마치 장님과 같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눈 뜬 장님이 되지 않기 위해, 고객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우선 지금까지 고객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지 살펴보고, 고객들의 생각과 마음 속을 꿰뚫기 위해 필요한 활동은 무엇인지 짚어보도록 한다.
고객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이유
지금까지 많은 기업들이 고객을 강조하고 끊임없이 자원을 투입해 고객을 알기 위한 시장/고객 조사 활동을 펼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사의 고객들, 그리고 이들이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읽어내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트렌드를 따라가는데 급급했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어떤 트렌드가 유행을 할 때 많은 기업들이 그 트렌드가 창출하는 새로운 시장 기회만 믿고, 무분별하게 좇아가는 경향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로 저가 화장품을 들 수 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파격적인 가격의 저가 화장품들이 합리성을 중시하는 소비자에게 큰 호응을 누리면서, 크고 작은 기업들이 저가 화장품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어떠한가? 당시 양립했던 고급화 트렌드는 간과한 채 저가 화장품 사업에 뛰어든 기업들은 저수익으로 고전하다가, 결국 저가 화장품 매장에서도 프리미엄 화장품을 판매하는 아이러니컬한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
둘째, 시장 조사 결과를 맹신하는 것이다. 단편적인 시장 조사 결과만 믿었다가 신제품 출시에 낭패를 보는 경우를 경험했을 것이다. 새로운 제품 컨셉트에 대한 소비자 수용도를 조사한 결과 월등히 우수한 제품 컨셉트로 평가 받은 제품을 출시하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긍정적 혹은 부정적인 소비자 반응에 지나치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시장 조사란 결국 어떤 제품이 잘 팔릴지를 미리 점쳐보는 프로세스이지,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짜 속마음을 알아내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셋째, 구성원의 머리 속에 뿌리깊게 박혀있는 기업중심적인 사고 방식도 고객에 대한 이해를 더디게 만든다. 결국 시장에서 성공한 기업들을 보면 고객의 니즈를 한 발 앞서 파악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실패한 기업들은 막연한 기대감으로 고객 니즈는 생각하지도 않고 제품을 기획하고 만들어 실패한다. R&D나 생산 효율성을 내세우거나, 경영자가 고집을 피우는 등 다양한 경우가 있겠지만 한 마디로 ‘고객이 필요한 제품’은 만들지 않고 ‘기업이 판매하고 싶어 하는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실패하는 것이다. 조직원들도 다양한 창구를 통해서 들어오는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근본적으로 고객의 입장을 생각하고 니즈를 찾아내려는 노력 보다는, 고객 관련 활동은 특정 부서의 일로 떠넘기고 형식적인 고객 이해를 답습하고 있는 것도 점점 더 고객과 멀어지게 만드는 원인이다.
고객의 마음을 바로 읽는 노하우
● 정성적 방법론에도 관심을 가져라
그 동안 실제 현업에서 정성적인 방법론이 경시되어온 측면이 적지 않다. 오랜 시간 동안 적지 않은 자원을 투입하더라도 그리 건질 만한 결과를 얻기 힘들다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이다. 정성적인 방법론이야말로 제대로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다년간의 풍부한 경험이 필요로 하기 때문에, 한두번의 조사로 대박을 노린다면 당연히 실패 확률이 높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정성적인 방법론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가 되었다. 왜 그럴까?
첫째, 고객의 니즈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구매의사결정이 제품이나 서비스의 감성적인 특성이나, 브랜드와 같이 주관적인 측면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부분은 정량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지금과 같이 정량적인 방법으로 수집된 자료의 수집과 분석만 고집해서는 고객의 정서적, 감각적 측면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존재한다.
둘째, 밖으로 표출되는 고객의 니즈는 일부분에 불과하다. 하버드 경영대 잘트만 교수는 ‘인간의 사고는 95%의 무의식에서 일어나고, 나머지 5%도 언어로 나타낼 수 없는 부분이 많다’라고 주장한다. 말로 표현된 고객의 니즈는 5%도 채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또한, 복잡하고 미묘한 심리를 가진 고객들의 말과 행동이 다를 수 있으며, 자신들도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P&G의 세제를 구입하는 고객들은 ‘세제에는 아무 불만이 없다’라고 말을 하였으나, 실제 집에 가서 그들의 세제 사용 행태를 분석해 보면, 정반대의 상황을 목격할 수 있었다. 단단한 세제 포장 때문에 드라이버로 힘겹게 뜯거나, 물에 세제가 잘 녹지 않아 막대기로 물에 푸는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고객의 말만 믿고, 직접 고객의 집을 방문하는 정성 조사가 아니었다면 진실을 알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고객의 마음을 읽고, 복잡한 고객의 니즈를 발굴하기 위해 정성적인 방법론을 적극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잘트만 교수의 ZMET을 활용해 미충족 욕구를 파악한 코카콜라 사례나, 민속학적(Ethnographical) 접근방법을 통해 경비 서비스를 개발한 모토로라 사례들은 이미 알려져 있다. 외국의 한 란제리 업체에서는 신제품 컨셉트를 개발할 때 기존의 정형화된 방법에서 벗어나 콜라주 기법, 감성 지도(Map) 등과 같은 정성조사를 다각적으로 시행해 여성 소비자의 란제리 구매 의욕을 자극하는 감성 포인트가 ‘섹시함’이 아닌, ‘모던함/친근함’이라는 점을 파악하고, 신제품에 반영한 결과 대성공을 거두었다고 한다.
그 동안 자사에서 고객들을 이해하기 위해 어떤 방법론을 주로 사용했는지 한번 살펴보자. 대부분 정량적인 서베이에 치중해 있을 것이며, 간혹 한정된 샘플을 대상으로 한 포커스 그룹 인터뷰(Focus Group Interview)나 일대일 면접 인터뷰 정도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만의 노력으로 고객들을 진정으로 이해했다고 할 수 있을까? 물론 단 한번의 조사로 고객의 마음과 머리 속을 꿰뚫을 수 있는 마술과 같은 조사 방법론은 존재하지 않는다. 꾸준한 자원 투입과 함께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각오해야 한다. 자사의 제품이나 산업의 특성에 적합한 현실적인 정성적 방법론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해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고객은 결코 느긋하게 기다려주지 않는다. 평소에 꾸준히 고객들의 니즈를 이해하고,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이 순간의 고객들도 영영 놓치게 될 것이다.
● 고객에 대한 통찰력을 키울 수 있는 시장조사를 하라
고객을 오랫동안 유지하느냐 못하느냐 하는 문제는 결국 고객들이 무엇을 기대하고 무엇에 가치를 두는가를 이해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측정하는데 달려있다. 많은 기업들이 택하고 있는 서베이 접근법이 아닌 다양한 방법으로 고객 경험과 니즈를 파악할 수 있다. 일례로, 고객경험관리의 성공 사례로 손꼽히고 있는 크리스피크림 도넛의 경우 고객 경험을 녹화하기 위한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하기도 하며, 비밀 쇼핑객이나 내부 조사를 통해 고유한 고객경험 측정법을 마련하기도 했다. 경영자들이 단순히 영업 수치를 문서상으로 훑어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현장 분위기를 살펴보고 고객이 어떤 경험을 하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 수 있는 것이다. 영국의 소매업체인 피자 익스프레스(Pizza Express)도 경영 의사 결정에 제공하는 수많은 정보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피자 익스프레스 클럽 회원들이 제공하는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고 한다. 때로는 고객경험을 파악하기 위한 독창적인 방법도 필요하겠지만, 고객이 말과 행동으로 보여주는 모든 정보를 끊임없이 열성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이 결국 성공적인 고객 이해의 비결이라 하겠다.
P&G도 확고한 시장 조사 철학을 가진 회사로 유명하다. 자사의 성공 비결을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고, 그것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시장 조사 분야에서 다양한 성공 사례를 주도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2000년대 초반 P&G는 보다 고객지향적인 조직이 되기 위한 시도로 실제 쇼핑 매장을 재현한 이노베이션 센터(Innovation Center)를 만들었다. 고객과의 첫 대면 순간인 영업 접점에서 고객의 쇼핑 경험과 프로세스를 일거수 일투족 파악하기 위함이다. 이를 토대로 유통 업체들과 협력해 보다 나은 쇼핑 경험을 디자인하기 위한 정보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일례로, 고객들의 방문이 뜸했던 뷰티 코너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한 결과 40% 이상의 매출 증대라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더불어 퓨처홈랩(Future Home Lab)을 만들어 미래 발전된 기술이 적용된 가상의 집에서 고객들의 경험과 행동을 분석하면서 남들보다 한발 앞서 고객을 숨은 니즈를 이해하고 발굴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시일에 급박하게 쫓기면서 일회성으로 시행하는 서베이는 지양하도록 하자. 서베이는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검증하는 수단이지, 고객에 대해 모르고 있던 새로운 것을 파악하는 조사 방법론은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또한, 시장 조사는 외주 업체에 맡기면 그만이라는 생각도 접어야 할 때다. 고객을 제대로 이해하는 일은 조사 업체가 아닌, 사업의 주체에게 가장 중요한 업무 영역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중요성이 적고 반복적인 조사 업무는 당연히 외주로 해결하되, 고객의 핵심 니즈를 발굴하는 일은 당연히 내부 전문 인력이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 평소에 고객을 바로 알기 위한 조사 방법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이를 실천에 옮길 때 비로소 자사의 산업과 제품 특성에 맞는 조사 방법론을 발굴할 수 있을 것이다.
● 기업과 고객 사이에 일어나는 모든 경험을 이해하라
P&G는 고객과 만나는 접점을 두 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첫 번째 접점은 고객과의 첫 번째 대면으로 매장에서 직원이 고객을 만나 판매를 결정짓는 영업 접점을 의미한다. 두 번째는 바로 고객이 구입한 제품을 사용하는 접점이다. 전자는 능숙한 판매 사원이 얼마든지 기분 좋은 경험으로 만들 수 있는 여지가 크지만 일회적인 경험임에 반해서, 후자의 경우 수없이 반복되는 경험이면서도, 기업이 보지 않는 곳에서 일어나기에 일일이 통제하거나 관여하기 불가능하다. 결국 고객이 어떠한 사용 환경 속에서 어떤 경험을 하는지 끊임없이 탐구하고 이해하는 활동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방법론으로 고객경험관리 분야에서 유명한 숀 스미스와 존 휠러는 고객경험 스코어카드(Customer Experience Scorecard)나 고객 터치라인 지도(Customer Touchline Map) 등을 제안하고 있다. 고객경험 스코어카드는 조직역량을 고객 가치 창조에 집중시키고, 이를 조직원들에게 전파할 수 있는 강력한 전략적 도구라고 한다. 회사와 고객이 중시하는 경험을 파악하고, 이를 조직원이 어떤 행동으로 전달해야 하는지 알아내는데 도움을 준다. 또한, 고객터치라인 지도는 고객과 기업이 만나는 접점을 중심으로 고객이 중시하는 경험에 대해 직원들이 고객의 기대를 제대로 충족시키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 예컨대, 미국 조지아주의 한 대학병원에서는 체계적인 경험관리 방법을 도입해 응급실에서 환자와의 극한 감정 처리를 효과적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경험연구를 통해 응급실 환자들이 경험하는 100여 가지 단서(Clue)들을 수집/분석하고, 이에 대한 솔루션을 도출함으로써 환자들의 경험을 완전히 바꾸어 놓을 수 있었다.
기업과 고객 사이에서 일어나는 경험을 프로세스 및 접점에서 세세하게 분석해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의문을 가지기 쉽다. 물론 몇 가지 단서만 발굴해서는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고객이 피부로 느끼는 부정적인 요소를 제거하고, 이들과 정서적으로 관련 있는 모든 긍정적인 단서들을 디자인하고 구축하는 작업을 축적한다면 결코 그 효과가 적지 않을 것이다. 고객을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한다면, 고객의 경험을 제대로 아는 작업이야 말로 놓쳐서는 안 되는 부분일 것이다.
● 조직원에게 고객중심적 마인드가 체화되도록하라
고객에 대한 이해는 마케팅이나 조사 담당 부서의 일이라는 선입견이 있다. 하지만, 고객에 대한 이해를 높여 고객중심적인 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조직원 모두가 나서야 한다. 즉, 고객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들이 긍정적인 경험을 하도록 만드는 활동은 모든 조직원의 몫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고객중심적인 마인드가 조직원들 마음과 머리 속에 체화되어야 할 것이다.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고객지향적인 열정과 태도를 가진 직원을 뽑는 것이다. 영국의 유기농 샌드위치 전문점인 프렛에이메니저(Pret A Manager)는 직원들이 직접 팀에 합류할 사람을 뽑도록 하고 있다. 지원자 중 5%만이 받아들여지는데, 지원자들이 인터뷰 후에 가까운 점포에서 점포 관리자의 인터뷰와 일일 근무 경험을 토대로 점포 직원들의 투표로 결정이 된다. 이런 분위기로 고객과의 접점에서 고객가치를 제대로 전달하는 직원들을 가려서 채용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고객에 대해 열정적인 직원들만 채용하는 사치를 모두 누릴 수는 없다.
두 번째 방법은 교육 훈련이다. 영국의 최대 슈퍼마켓 체인인 테스코(Tesco)는 기업의 가치를 자기 것으로 만들고, 그것에 생명을 불어넣을 만한 사람들을 만들기 위해 ‘조직원 고용 및 개발 프로세스’를 마련하였다. 조직이 지향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의하고 그 내용을 널리 유포하며, 이러한 가치들이 테스코 광고에도 표현되게 하여, 조직원과 고객 모두에게 강력한 매력을 제공한다. 또한, 디즈니에서는 직원을 캐스트 맴버(Cast Member)라고 부른다. 기계적인 인형이 아니라, 상냥한 대화 전문가들이다. 디즈니를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과 즉각적이고 친근하게 대화를 시도함으로써 남다른 경험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지속적인 교육과 훈련을 통해 디즈니가 추구하는 가치가 직원들에게 체화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할 일을 결정하라. 그리고 길을 찾아라’라고 말한 바 있다. 기업들 간에 고객을 뺏고 뺏기는 경쟁이 치열한 상황 속에서, 많은 기업들이 고객을 붙잡기 위해 무슨 일을 해야 할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할지 고심하고 있을 것이다. 그 답은 바로 고객들에게 있다. 지금까지의 습관과 관행을 과감하게 떨쳐버리고, 제로베이스(Zero-base)에서 고객을 제대로 이해할 때 이들이 원하는 바를 충족시키고 성공하는 기업이 될 수 있다. 고객의 니즈와 경험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은 고객중심적 기업이 되기 위한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점을 명심하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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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2.0 시대의 브랜드 살아남기 ![]() 장강일 | 2007.05.09 | 주간경제 935호 |
웹 2.0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개인의 소비 생활과 경영 활동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거대한 트렌드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웹 2.0 시대가 가져올 경영 환경 변화를 분석해보고 브랜드 관리 관점에서 시사점을 살펴 본다.
소비자 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소비자가 소비에만 머물지 않고 가치 창출의 중심에 서있다면 더 이상 소비자가 아니다. 소비자가 제품 개발에 참여하게 되면서 생산적 소비자인 프로슈머(Prosumer)가 등장하였다. 이제는 소비자 스스로 자신에게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크리슈머(Cresumer)가 대두하고 있다. 이처럼 소비자가 생산과 창작에 직접 관여하게 되면서 그 영향력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소비자 주권에 대한 얘기가 그리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웹 2.0 환경에서 이 현상이 더욱 더 가속화되고 있다. 웹 2.0은 단순히 인터넷 공간에만 머물지 않고 개인의 소비 생활과 기업의 경영 활동에 폭넓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웹 2.0이 마케팅 환경과 브랜드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을 살펴보려 한다.
마케팅 2.0 시대의 도래
웹 2.0을 필두로 도처에 2.0이라는 용어가 봇물 터지듯 넘쳐나고 있다. 2.0은 원래 새로운 버전을 의미한다. 웹이 초기 단계에서 벗어나 다음 단계로 접어든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것이다. 그런데 근래에는 2.0이라는 단어가 새로운 버전이라는 의미를 넘어 웹 2.0의 특성인 ‘개방·참여·공유’를 뜻하는 것으로 확대되어 쓰인다. 사용자 참여가 확대되는 모든 영역에서 2.0이라는 단어가 포괄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마케팅 역시 예외가 아니다. 기존의 마케팅이 방송, 신문 등 매스 미디어 중심으로 이루어져왔다면 지금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공간으로 확대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블로그를 통해 제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교환되고, 사용 후기 등이 구매 결정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새로운 접점으로 쌍방향 채널의 비중이 커지고 소비자들의 참여가 확대되는 현상을 ‘마케팅 2.0’이라 일컫는다(<표 1> 참조).
기존의 마케팅 활동은 다수의 소비자들에게 기업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방송(Broadcast)하는데 주력하였다. 기업은 가능한 많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광고하여 그 무리들 중에 자사의 제품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운 좋게 메시지가 전달되기를 희망했다. 자연히 브랜드 인지도와 매스 커뮤니케이션의 역할, 그리고 적정 임계치를 넘는 광고 물량 등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블로그와 온라인 네트워크가 만연한 웹 2.0 시대에는 일방적인 전달이 아닌 쌍방향의 대화(Conversation)가 중요해졌다. 특히 기업과 소비자와의 대화 보다도 다수의 소비자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기업이 아무리 세심하게 기획하고 다듬은 메시지라 하더라도 소비자들에게 의도한 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군중들의 대화를 거치며 수정되어 버린다. 그 와중에 수많은 소비자들이 그들의 의견을 불특정 다수에게 적극적으로 확산시키는 것이다.
P&G의 마케팅 최고 책임자인 제임스 스텐겔(James Stengel)은 새로운 시장 환경과 변화된 라이프 스타일에 적응하기 위해 마케팅의 근본적인 변화가 절실하다고 역설한다. 지금까지 수행해왔던 마케팅 활동은 이제 진부해졌다는 것이다.
브랜드 상실의 시대?
코카콜라 같은 글로벌 브랜드들은 초기에 TV와 같은 대중 매체를 통해 인지도를 높일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TV에서 흘러나오는 광고를 그대로 시청하는 수동적 소비자들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쉴 새 없이 채널을 돌려가며 광고를 피하거나, 비디오 녹화기가 설치된 TV를 통해 버튼 하나로 광고 시간을 건너뛰어 버린다. 이른바 ‘광고 없는 TV’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로 인해, 방송 광고가 시청자들에게 도달되지 못하고 지금까지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왔던 매스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힘을 잃고 있다.
이처럼 브랜드에 대한 전통적인 매체의 영향력은 감소하는데 반해 온라인 매체의 영향력은 급격히 증대하고 있다. 2006년 영국의 인터넷 사용자를 대상으로 실시된 조사에 따르면, 개인이 하루에 TV를 보는 시간이 148분인데 반해 개인적인 용도로 인터넷을 사용하는 시간이 164분에 이른다고 한다. 웹 사용 시간이 늘어나면서 웹 상의 정보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06년 현재, 인터넷 상에는 1조 개의 웹 페이지가 존재한다고 한다. 여기에 매 시간마다 25,000 페이지가 끊임없이 증가하고 있다. 소비자의 관심을 끌지 못하면 그 어떤 마케팅 활동과 브랜드 구축 작업도 이 수많은 정보에 휩쓸려 의미 없는 몸짓으로 잊혀질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커뮤니케이션 매체를 통제하고 소비자의 마음에 기업이 의도하는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일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마케팅 전문가인 제임스 셔코프(James Cherkoff)는 ‘브랜드가 통제권을 잃은 무정부 상태에 처해있다’고 표현한다.
브랜드 환경의 변화
그러나, 기업이 브랜드를 통제하기 어려워졌다고 브랜드의 상실을 얘기하는 것은 섣부른 생각이다. 기존에 행해왔던 브랜드 관리 활동의 유효성이 떨어진 것이지 브랜드 자체가 무의미해진 것은 아니다. 너무 세세한 정보들이 주어져 제품간의 우열을 가리기 힘든 상황에서는 명백한 차별화 요소로서 브랜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브랜드는 기업과 소비자와의 관계에서 형성되는 것으로 시장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진화해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중요한 것은 브랜드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 환경 변화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다.
●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
요즘은 누구나 쉽게 인터넷에 접근하고 마음만 먹으면 남들의 이목도 쉽게 끌 수 있다. 웹 1.0이 일방적인 정보 전달과 검색이 중심이었다면, 웹 2.0은 쌍방의 정보 공유와 확산을 특성으로 한다.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던 개인들이 거대한 네트워크를 형성함으로써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소비자들은 기업이 제공하는 정보를 불신하며 이른바 사회적 매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은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신뢰하며 구매 결정을 내릴 때에도 그들의 조언을 구한다. 이들을 가리켜 ‘트윈슈머(twinsumer)’라 일컫는다. 쌍둥이라는 뜻의 트윈(twin)과 소비자를 의미하는 컨슈머(consumer)의 합성어로 생각과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의 사용 후기를 참조하여 물건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을 말한다.
더 나아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소비자들이 온라인 상에서 상호 연결되어 전세계적인 규모로 영향을 주는 크라우드 클라우트(Crowd Clout)가 관심을 끌고 있다. 이전에는 한 자리에 모일 수 없었던 개인들이 온라인 매체를 통해 집단화하면서 제품 구매에서 정치적인 이슈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이처럼 인터넷에서의 상호 연결성 증대는 기업에게 실수할 틈을 주지 않는다. 개인이 인터넷에 올린 글 하나가 일파만파 퍼져나가 기업을 곤경에 빠뜨릴 수 있다. 뉴스 코퍼레이션의 루퍼트 머독(Rupert Murdoch)은 디지털 세대의 독자들은 편집자에게 더 이상 메일을 보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요즘은 의견이 있으면 바로 인터넷에 접속해서 블로그에 글을 써 올리는 것이다. 이는 개별 소비자들이 그 어느 때보다 신속하고 강력하게 웹 상에서 파장을 일으킬 수 있음을 의미한다.
웹 2.0 시대에는 기업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대부분의 정보가 투명하게 소비자들에게 공개되고 순식간에 확산된다. 광고를 통해 과장된 정보를 제공하거나 중요한 사실을 고의적으로 누락하는 것도 용납하지 않는다. 이를 두고 기업이 발가벗겨졌다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이쯤 되면 소비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얕잡아 봐서는 큰 코 다치기 십상이다. 눈에 보이지 않던 소수가 모여 새로운 다수를 만든다는 롱테일 법칙은 브랜드 관리에 기회이자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 웹이 소비 행태를 바꾼다
웹은 소비 생활에도 직접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AOL이 2006년에 영국의 인터넷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제품 구매를 고려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정보원은 인터넷 검색 사이트로 응답자의 71%가 선택하였다. 다른 정보원은 가격 비교 사이트로 56%가 응답하였다. 이에 반해 TV와 신문은 각각 34%에 머물렀고, 매장 영업 사원에 대한 의존도는 24%에 불과하였다. 제품에 대한 정보를 찾고 구매에 대한 의사 결정을 내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인터넷에서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은 정보의 양 뿐만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 동일한 조사에서 구매 시점에 정보원으로 가장 신뢰하는 것은 주위 사람의 추천으로 무려 90%를 차지하였다. 그 뒤를 이은 것이 바로 일련의 웹 사이트들로 가격 비교 사이트가 73%, 검색 사이트가 67%로 나타났다. 신문과 방송, 매장 영업 사원에 대한 신뢰도는 각각 44%와 35%, 31%에 그쳤다.
국내 소비자들도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 2006년에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80%가 상품 및 서비스 구매 시에 인터넷 상에서 다른 사용자의 상품평과 이용 후기, 댓글 등을 읽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상의 상품평과 이용 후기 등은 구매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며, 특히 여성(95.6%)과 20대(96.2%)에서 그 영향 정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소비자들은 제품 구매를 할 때 오프라인 보다 온라인에서 정보를 적극적으로 수집하고 또한 이를 신뢰하며 실제 구매에도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이러한 온라인 채널의 중요성을 인식한 주요 기업들은 이를 커뮤니케이션 활동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포드는 몇 년 전만해도 대중 매체에 광고 예산의 80%를 배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 비중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있다고 한다. 펩시는 현재 전체 광고 예산의 1%에 머무는 온라인 광고를 향후 5~10% 비중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온라인 매체의 영향력 증대와 소비자의 소비 행태 변화에 걸맞게 기업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채널의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 소비자가 모이는 길목에 브랜드가 있다
웹 2.0 시대에 소비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남들에게 적극적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기업은 소비자들이 자유롭게 말하는 것을 통제할 수도 없고 기업이 원하는 얘기만을 하도록 유도할 수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소비자의 흥미를 유발시켜서 이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지 않고는 못 베기게 만들어야 한다. 소비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입소문 꺼리를 제공하여 활발한 참여와 재생산을 유도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너무 티가 나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기업이 마케팅 메시지를 통제하지 않을 때에 오히려 그 신뢰도가 높아진다는 주장도 있다. 노키아는 동영상 커뮤니티인 유투브 사이트에 제공되는 동영상 말미에 노키아가 스폰서를 했다는 내용을 수초간 삽입하였다. 노키아에 대한 홍보나 특정 제품에 대한 광고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유투브 이용자들은 이 문구를 보고 노키아에 대해 정서적 유대감을 느끼게 되었다.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흥미를 느끼는 곳에 노키아가 곁에 있는 것이다. 이러한 친근함이 제품을 구매할 때 은연 중에 노키아를 선택하도록 영향을 주고 있다.
소비자들은 인터넷 상에서 기업의 웹 사이트를 통해서만 기업을 접하지 않는다. 따라서 홈 페이지 이외에도 많은 소비자들이 모이는 길목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소비자들의 입에 회자되는 것도 좋지만 동시에 부정적인 입소문에 대한 신속한 모니터링과 대응도 요구된다.
이런 점에서 일부 리서치 기관들의 새로운 시도가 흥미를 끈다. 마케팅 리서치 기관인 퓨처랩(Futurelab)은 인터브랜드와 비즈니스 위크지가 매년 선정하는 100대 브랜드의 온라인 위상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구글과 바이두, 테크노크라티 등 주요 검색 엔진들에서 브랜드가 노출된 횟수와 인터넷 사용자들이 해당 브랜드에 대해 호감과 불만을 표시한 횟수 등을 종합하여 온라인 상의 브랜드 성과를 산정한다. 최근에 선정된 2006년 100대 브랜드에 대한 평가 자료를 보면 LG가 6위, 삼성이 8위 등 한국 브랜드들이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평가 모델과 데이터 분석 방법 등의 추가적인 정교화가 필요하지만, 온라인에서 브랜드 성과 평가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인터넷이 브랜드에 미치는 영향이 급속도로 증가함에 따라, 인터넷 상에서 해당 브랜드가 얼마나 자주 노출되고, 소비자들이 어떤 장소에 모여 어떤 내용을 언급하고 있는지 살펴보려는 시도는 더욱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가 진정한 브랜드 관리자
브랜드가 초기에는 기업에 의해 기획되지만 일단 고객에게 노출되면 기업의 의도와는 달리 시시각각 쌍방향으로 형성되고 변화해 간다. 이전에는 마케팅 담당자가 브랜드에 대한 막강한 통제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소비자들이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가며 마케팅 담당자는 소비자들이 브랜드에 대해 활발하게 공유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가장 성공적인 브랜드는 마케팅 담당자에 의해서가 아니라 소비자에 의해 기획되고 키워져야 한다. 소비자들의 대화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귀를 기울이는 기업만이 웹 2.0 시대에도 변함없이 성공적인 브랜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끝> 출처:LG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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