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제 운영으로 고급바 문화를 주도
80년대 하이틴 스타의 대명사로 이름을 날렸던 연기자 이상아(34)씨. 지난 8월 말에 개봉한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에서는 여자가 되고 싶어 씨름을 하는 남자주인공 동구의 엄마 역할로 12년 만에 스크린으로 복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는 “너무 오랜만에 영화를 찍다보니 무척 떨렸다”면서도 “세월 덕분인지 청소년기의 주인공 엄마를 연기하는 것도 낯설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기자 이상아'에서 잠시 벗어나 지내는 동안 이상아씨는 사업가로서 자리를 잡았다. 그는 2003년에 7월 25평 규모로 서울 서초동에 고급 양주 바 ‘상바'를 열었다. 그는 이 바의 규모를 개업 후 곧바로 두 배에 해당하는 45평 규모로 늘려 주위에서 탄탄한 사업수완을 인정받고 있다.
‘상바'는 ‘상아가 운영하는 바'라는 뜻인데 장사가 잘되어 양주 바를 하려는 이들의 벤치 마킹 대상이 될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특허권에도 일가견이 있어 상(尙)이란 로고를 주제로 하는 주류․음식․캐릭터 같은 160여 종의 상호도 이미 등록해 놓았다.
VIP 마케팅을 펼치며 회원제로 운영
그가 처음 바를 시작했을 때 ‘3개월이면 문을 닫을 것'이라는 얘기가 주변에서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하지만 그는 “실력으로 내 진면목을 보여주고 말 테다”라는 오기가 났다. 올해로 벌써 햇수로 4년차에 접어들었다. 이쯤 되면 사업가 이상아의 자질은 어느 정도 입증되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그는 “연기보다 사업이 더 재미있다”고 거침없이 말한다. 일에 푹 빠져 살고 있는 것이다.
그의 실력은 숫자가 입증한다. 상바의 월 매출은 현재 약 8000만~9000만원 선. 연 매출은 10억원이 넘는다. 이처럼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노하우는 무엇일까?
가장 큰 노하우는 상바를 멤버십으로 운영되는 고급 바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일반 바들과 차별화부터 꾀하고 나선 것이다. 연회비는 1인당 30만원이다. 이 정도 연회비는 호텔 바의 연회비와 같은 수준인데, 이는 ‘상바=고급 바'라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결과다.
회원이 아니면 당연히 이 바에 출입할 수 없다. 상바의 회원은 국내 2% 안에 드는 ‘명품 VIP 손님들'이라는게 이상아 사장의 자랑이다. 연령층은 다양하지만 30~50대가 전체 손님의 80%를 차지하는 주 회원층이다.
상바는 고객들을 VIP급으로 대우한다. 이상아 사장은 손님의 생일․결혼기념일 같은 날이 되면, 자필로 축하 글을 적은 카드가 담긴 꽃바구니를 배달 시킨다. 또 VIP 회원들인 만큼 회원들끼리의 골프 미팅도 주선하고, 특급 공연 티켓도 제공한다.
멤버십 마케팅의 장점은 많다. 고객별 맞춤 서비스가 가능하고, ‘남과 다른 나'를 추구하는 요즘 사람들에게 ‘선택된 정예 회원'이라는 자부심과 소속감을 심어줄 수 있다. 그만큼 더 큰 고객 충성도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전략인 셈이다.
고급화 전략을 고집한 이유는 간단하다. 이상아 사장은 “바를 찾는 손님의 성향을 고려했기 때문”이라며 “조금 비싸더라도 북적대지 않고 분위기 좋은 곳을 원하는 손님들의 취향에 맞춰 고급화를 추구했다”고 설명한다.
바는 기본적으로 술을 마시는 공간이다. 따라서 고급 바라면 다양한 주류를 갖추어야 하는 것은 필수. 상바는 손님들이 가장 많이 찾는 위스키 발렌타인부터 꼬냑, 로열38, 루이13세 같은 수퍼 프리미엄급 위스키까지 30여 종이 넘는 고급 주류를 갖추고 있다. 가격대는 21만~420만원. 손님들의 주머니 사정에 맞추어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게 했다. 그는 “이 정도 주류 종류를 갖추고 있는 바는 특급 호텔을 포함한다고 해도 아마 국내에서는 상바가 유일할 것”이라고 자부심을 내비친다.
손님과 속내를 터놓는 편안함
또 안주도 VIP 손님들 특성에 맞춰 고급이면서 건강도 챙겨주는 웰빙 스타일로 13가지 종류나 구비하고 있다. 왕새우 버터구이와 토마토 소스, 알래스카 훈제연어와 토마토 소스, 주방장 특선요리 등은 특히 인기있는 안주거리. 안주를 술과 함께 먹는 구색거리로 여기던 과거와 달리 고객들이 맛있고 다양한 안주를 선호하기 때문에 이에 맞춰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이사장은 조언한다.
수퍼 프리미엄급 주류와 고급 안주에 못지 않게 편하게 손님을 대하는 이 사장 특유의 서비스도 상바를 막강하게 만드는 요소다. 그는 바에 오는 손님들과 허심탄회하게 속내를 털어놓으며 얘기를 나누면서 편안한 휴식을 제공하는 소임을 다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입지도 상바의 성공요인 중 하나다. 지하철 2호선과 3호선이 만나는 교대역에서 가까운 상바는 서울 서초동의 상징인 법원 뒷 편에 자리하고 있다. 이 때문에 법조인을 비롯해 정․재계의 거물급 손님을 많이 확보할 수 있었다. 또 서초동 유일의 고급 바라는 점도 독점적 요소로 작용, 고급 손님들을 순식간에 빨아들이는 몫을 다 했다. 상바를 열 당시만 해도 서초동 법원 부근은 고급 바가 하나도 없었다.
그는 이런 특징을 바로 비즈니스에 활용했는데, 이 점이 바로 이상아 사장을 높이 평가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