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마케팅은 소비자의 오감 중에서 후각을 자극해서 소비를 하게 하는 마케팅이다.
사례
1. 코를 유혹하라
최근 향기 마케팅이 떠오르고 있다. 매장이나 제품에 독특한 향기를 입혀 소비자의 구매 충동을 자극하는 향기 마케팅은 점점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심지어 기업의 이미지 메이킹의 일환으로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추세다.
중고차 매매업자 K씨는 얼마 전 TV에서 과학 프로그램을 보다 깜짝 놀랐다. 미국 중고차 업소에서는 고객에게 차를 선보이기 직전, 마지막 단계로 꼭 뉴 카 센트(New Car Scent), 즉 새 차 향이 나는 방향제를 뿌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새 차 향은 고객이 중고차를 구매하는 욕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직장 여성 L씨는 다국적기업 스타벅스 커피 마니아다. 하지만 L씨는 정작 미국 유학시절에는 스타벅스 커피의 매력을 별로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한국에서 스타벅스 매장을 지나면서 맡게 된 향에 반해 지금은 스타벅스 커피가 아니면 잘 마시지 않게 된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별로 느끼지 못했던 스타벅스의 커피 향이 한국에서는 유독 고소하고 향기롭게 느껴지기 때문인 것 같단다.
인간의 후각이 다른 어떤 감각보다 더 인간의 감성과 기억 그리고 행동을 자극한다고 밝혀졌다. 최근 들어 감성 마케팅의 중요한 방법으로 향기 마케팅이 떠오르고 있다. 미국 중고차 매매 업소에서 새 차 향을 뿌리고, 한국인들이 다른 민족보다 유독 향기에 민감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스타벅스가 매장 고유의 향기 관리에 더욱 신경을 쓰는 이유도 고객의 구매 충동을 자극하기 위해서이다.
2. 봇물처럼 쏟아지는 향기 관련 상품들
최근 향기 마케팅은 화장품은 물론 제과점, 백화점, 가구점, 병원, 영화관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특히, 백화점에서는 개점 전 1층 에스컬레이터 입구에 고급 분위기의 샤넬넘버5나 랑콤 향수를 뿌려놓는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는 매출이 가장 높은 2층 고급 여성 의류 매장으로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한 향기 마케팅 전략의 하나다.
이 밖에도 최근 향기 마케팅으로 관심을 끄는 분야는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전통적인 향기 마케팅 분야로 꼽히는 아로마테라피는 기존 관념에서 탈피한 새로운 형태의 관련 상품을 선보이는 등 다양한 상품화에 나서고 있다. 아로마테라피가 두통을 줄이고, 진통제 복용 빈도를 줄인다는 학계의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향장학에서 발전한 의학이나 약학의 보조 상품으로 쓰이고 있다.
향기 컨설팅과 인테리어, 향 제품 개발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향기가 나는 인쇄물은 최근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출시하면서 인쇄 관련업의 새로운 유행을 주도하고 있다. 유명 작가 이외수 씨의 책에 향기 서표를 끼워 판매하는가 하면 국내 인스턴트커피 제조회사 신제품 출시 홍보물인 핸드백과 가방용 종이봉지에 커피 향을 입혀 발매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가수 이소라의 6집 앨범 재킷에도 특유의 향을 처리했다. 최근 들어 인기를 끄는 상품은 미니향 달력과 향기 명함 등이다. 대리운전회사에서는 미니향 달력을 다량으로 구입해 자사의 홍보 수단으로 쓰고 있다. 얼마 전 한 지방군청 공무원들은 솔 향이 처리된 명함을 단체로 맞추기도 했다. 또한 벽지나 페인트 업체 등에서도 웰빙 흐름에 따라 향기 나는 벽지와 페인트 상품 개발과 출시를 늘려가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대형 유통업체나 서비스 업체뿐만 아니라, 향기 마케팅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업체들과 상품에까지 향기 마케팅이 접목되면서 향기 관련 상품은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아로마테라피 제품 판매와 향기 컨설팅을 담당하는 업체, ‘해피바디숍’ 최범철 대리는 최근 2~3년 사이에 향기 마케팅 관련 업체가 수백 곳으로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최근 향기 마케팅과 관련된 산업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3. 기업 이미지도 향기로 관리한다.
향기 마케팅에 일찍이 눈을 뜬 대기업들은 향기 마케팅을 아예 기업의 이미지 메이킹의 일환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추세다. 실제로 이에 관해 지난 해 『타임』에서는 소비자 후각에 호소하는 새로운 마케팅 전략이 부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빌보딩(Billboarding)’이라고 하는 이 전략은 상품이나 매장에 어울리는 향을 개발해 소비자들이 향과 상품을 자연스럽게 연상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유명 가전업체인 소니사는 여성 고객을 공략하기 위해 향기 컨설팅 업체인 센트에어(Scentair)에 향기 컨설팅을 의뢰했다. 센트에어는 1,500가지 아로마 오일을 조사해 소니와 가장 잘 어울리는 혼합 향 5가지를 개발했고, 이 개발된 향은 현재 미국 내 37군데 소니 매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삼성전자도 가전업체로서 편안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뉴욕 맨해튼 중심가의 삼성 체험관에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삼성 브랜드 향을 뿌리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속속 기업의 이미지에 맞는 향을 개발해 선보이고 있다. 음향기기 메이커인 인켈이 전국 매장을 향기 매장으로 전격 교체해 주목을 끌었는데, 인켈은 은은한 과수원 향을 통해 매출 증대는 물론 매장의 품격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멀티플렉스 영화관 CGV는 전국 상영관에서 편백나무향을 이용한 ‘산림욕 공조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밀폐된 공간이라는 제한된 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심신에 좋은 향기를 뿌려 주면서 고객들이 CGV에 들어오면 숲에 들어와 있는 듯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산이다. 이 브랜드 향을 뿌리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연간 3억 5천 만 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 밖에도 빌보딩 전략은 유통업체의 업종별 차별화 방법으로서도 각광받고 있다. 미국 뉴욕의 유명 백화점 블루밍데일은 유아의류 코너에 베이비파우더 향 ,속옷 매장에 라일락 향, 수영복 매장에 코코넛 향이 나도록 했다고 한다. 이는 매장별 특성에 맞춘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떠올리면서 구매 충동을 자극하기 위해서이다. 심지어 노스캐롤라이나에서는 모델 하우스마다 쿠키 향이 나도록 해 방문객들이 마치 자신의 집에 온 것처럼 편안함을 느끼도록 하고 있으며, 미국의 한 박물관은 어린이들을 위해 공룡 냄새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고 한다.
4. 매출의 50%까지 성장시켜
미국 시카고에 있는 향기 연구소는 고객들의 매장 체류 시간과 향기의 관계에 대해 상당한 연관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객들이 향기 나는 매장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향기가 없는 곳보다 약 30분 정도 길었다고 한다. 실제로 베스킨라빈스 매장에 초콜릿 향과 페퍼민트 향을 도입하고 매출을 조사해 보았더니, 그 결과 향기 마케팅을 도입한 후 1일 평균 매출이 40% 증가했다고 한다. 이런 결과는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 편의점에서도 비슷하게 나왔다. 편의점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직접 빵을 굽기 시작하자, 빵 굽는 냄새에 반한 고객들이 빵을 구매하는 것은 물론, 연계 상품인 음료수 등을 구매하면서 매출이 전년대비 50%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백화점 내 한 속옷 매장에서 실험한 고객 반응 조사도 참조해 볼 만하다. 결과에 따르면 향을 분사할 때와 분사하지 않을 때의 고객 반응이 상당히 다르게 나타났다. 매장에 향을 분사한 후 고객들은 향 분사 전보다 적게는 3분의 1에서 많게는 3분의 2가량 더 오래 매장에 머물렀다. 그뿐만 아니라 속옷에 대한 적정 가격도 향기를 맡은 후 더 높게 책정하는 반응을 보였다. 이런 결과에 대해 한국아로마테라피협회에서는 ‘향기를 맡는 후각 신경계는 기분과 감정을 전달하는 신경인 변연계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기 때문’이라며 브랜드 이미지에 맞는 향 하나가 백 마디 미사 어구보다 훨씬 설득력이 있는 이유를 설명했다.
5. 향기 마케팅의 진화, 어디까지일까?
LG생활건강은 지난해 2월 업계 처음으로 향 전문연구소 ‘센 베리 퍼퓸하우스’를 만들었다. 이곳에는 7천여 가지의 향이 저장돼 있다. 태평양은 프랑스, 미국 등 향료 선진국 전문 업체들과 손잡고 세계 어디서나 통하는 향을 만든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렇게 개발된 향이 상품에 응용되는 것뿐만 아니라 마케팅에 응용될 것이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LG전자의 ‘초콜릿폰’ 1천만 대 판매 대박신화 뒤에는 초콜릿 향기가 한몫 했고, 금호타이어가 개발한 세계 최초의 향기 나는 타이어의 미국 시장 진출 뒤에도 향기 마케팅의 후광이 있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향기 마케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더욱 세심하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향기로 촉발되는 감성이 제각각일 뿐만 아니라 지역에 따라 같은 향에서도 다른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일례로 미국인들은 바닐라 향에서 편안함을, 프랑스인들은 우아함을 느끼는 반면 몇몇 아시아 국가에서는 이를 끈적끈적한 느낌으로 여긴다고 한다. 인도인들은 재스민 향을 좋아하지만 미국인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최근 기업들은 회사 이미지에 딱 들어맞는 브랜드 향을 고객들에게 기억시키기 위해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이르는 개발비를 지불하고 있다.
게다가 향기를 전달하는 매체 또한 발전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통부 'IT 기술예측 2020' 발표에 따르면 2015년에는 인터넷을 통해 냄새까지 전달하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지난해 일본에서는 향기 나는 라디오가 개발되기도 했다. 이대로라면 기업 역시, 감각 중에서도 가장 감각적인 후각을 이용한 향기 마케팅을 점점 더 확대해 나갈 것 같다. 향기에 예민한 기업일수록 매출 증대에 쏠쏠한 효과를 볼 수 있게 될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