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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사무실 창문 너머 숲이 보인다, 창의성이 샘솟는다

dudb2 2011. 12. 2. 10:11

조선일보신문에 게재되었으며 C7면의 TOP기사입니다.C7면신문에 게재되었으며 C7면의 TOP기사입니다.| 기사입력 2011-09-03 03:03 기사원문

우종민 인제대 서울백병원 정신과 교수
우종민의 비즈니스 심리분석

자연환경은 인간의

사교성·애착성 회복시켜

지식·SW산업 활성화엔

사무환경도 중요한 전략


얼마 전 강의 요청을 받고 판교 테크노밸리에 간 적이 있다. 새로 벤처기업들이 많이 들어선 한국판 실리콘밸리라고 하기에, 뭔가 색다른 풍경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큰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넓은 부지를 가득 메운 건물들은 거푸집으로 벽돌을 찍어낸 듯 판에 박은 상자 모양이었다. 예전에 지은 건물과 다른 점은 표면을 '획일적'으로 통유리로 덮었다는 점뿐이었다. 이렇게 놀랍도록 단조로운 직선 속에서 벤처 기업이 과연 잘 될까 염려되었다.

환경은 인간을 지배한다. 자연과 거리가 먼 도심 환경에서 생활하는 사람은 정신 건강에 상대적으로 훨씬 취약하다. 도시인은 시골 사람보다 정서 불안을 겪게 될 위험이 21% 높고 기분 장애의 위험도 39% 높다. 지난 6월 네이처(Nature)지에 발표된 최신 연구에 따르면, 대도시 거주자의 감정 중추는 남의 시선이나 평가에 몹시 민감해지고 위축됐다. 대도시에서 자란 기간이 길수록 스트레스를 처리하는 뇌 부위 간의 연결도 약해졌다. 이처럼 불안에 떠느라 비관적 사고에 사로잡힌 뇌에서는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기 힘들다.

한국 경제가 굴뚝 산업에서 지식 산업으로, 장치 산업에서 소프트웨어 산업으로 주력군을 옮겨가려면 우선 근무 환경부터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사무실의 크기와 모양, 창 밖의 풍경, 직원 간의 거리, 온도, 색상 등 환경이 인간의 행동을 근본적으로 좌우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매 순간 공기를 호흡하면서도 산소의 중요성을 모르듯, 사무환경이 업무 성과에 미치는 영향도 간과하기 쉽다. 그러나 환경은 생산의 양과 질에 직결된다.

카지노나 백화점처럼 고객들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돈을 쓰게 만들어야 하는 사업장들은 창문을 일부러 없앤다. 하지만 일반적인 사무 환경에서는 창문이 기본이다. 창문은 누구나 심리 기저에 갖고 있는 폐쇄 공포를 적절한 개방 심리로 풀어주고 쾌적함 또한 제공한다. 창문 없는 사무실에서 오랫동안 즐겁게 일하기란 불가능하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자연환경 또한 사무실에 필수적이다. 특히 소프트웨어 등 직원들의 창의성을 제1조건으로 요구하는 분야에서는 숲, 꽃나무, 화분 같은 자연친화적인 조망이 중요하다.

인간의 뇌세포는 보는 대로 형성되고 발전한다. 자연이야말로 가장 복잡성(complexity)이 높은 존재다. 나뭇잎 한 장을 모사하는 데 수만 개의 직선이 필요하다. 인간이 이룩한 어떤 최첨단 기술로도 태초 자연의 다차원적 복잡성을 따라갈 수 없다.

사진=게티이미지 멀티비츠, 일러스트=김현지 기자 gee@chosun.com

인공 환경에서는 단순한 직선적 사고밖에 나오지 않는다. 직원들 시야에 자연환경을 반복해서 노출시킬수록 그들의 뇌세포는 다각도로 자극을 받는다. 판을 새로 짜는 전략적 사고가 비로소 가능해진다. 보이는 것이 이처럼 핵심적인 차이를 낳는다.

자연 조망은 병도 빨리 낫게 만든다. 같은 병으로 수술한 환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서 한 그룹은 창문 밖으로 숲이 보이는 병실에 입원시키고, 다른 그룹은 시멘트벽만 보이는 병실에 입원시켰다. 숲을 볼 수 있었던 환자들은 마약성 진통제를 훨씬 덜 요구했고 회복 기간도 단축되었으며, 간호사도 덜 힘들게 했다. 1984년 사이언스(Science)지에 실린 연구이다.

창 밖 풍경이 실내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대인 관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일까? 그것은 자연환경이 인간의 사교적 행동과 애착 작용을 회복시키기 때문이다.

해리 할로우가 1960년대 진행한 애착 연구를 보자. 어미와 격리된 새끼 원숭이는 다른 원숭이와 어울리지 못하고 위축되어 있었다. 그러나 숲에서 자유롭게 놀게 해주니까 서로의 털을 손질하는 등 친근한 사교 행동을 보였다.

심리적 애착이 잘 형성된 사람들이 협력 업무를 잘할 뿐만 아니라 업무 성과와 직무 만족도 또한 높다. 그러므로 부서 간 협조가 전혀 안 되어 고민하는 기업이라면, 어머니 품을 연상시키는 숲 환경을 최대한 사무실로 옮겨와 근무 공간에서 편안함을 느끼도록 가능한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창문 밖을 한 번 쳐다볼 여유도 없이 바쁜 직원들의 신경이 지금 이 시각에도 약해져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창문 없는 사무실에서 궁지에 몰린 직원들은 무미건조한 근무 환경으로부터 불안을 감지하고 자발적으로 감성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기도 한다.

숲 속 시냇물 소리는 뇌의 알파파를 증가시켜 명상 상태를 조성한다. 시냇물 소리를 어떻게 사무실로 옮겨다 놓을 것인가? 소형 분수로 인테리어를 삼을 수도 있다. 자연의 소리만 채집해서 사무실의 배경 음악으로 들을 수도 있다. 그래서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게는 '자연의 소리' 앱이 큰 인기를 얻었다.

화분도 좋다. 꽃은 긍정 심리와 보호 본능을 상승시켜 타인에 대한 행동까지 사회친화적이고 긍정적으로 바꾸었다. 사무실에 놓인 꽃병 하나가 명품 브랜드 소파보다 즉각적이고도 지속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감성 환경에서는 자연스럽게 플로우(Flow)라고 하는 고요한 심리 상태, 시간이 멈춘 듯한 몰입의 경험에 빠진다. 이 순간이야말로 에너지를 얻을 수 있고 창조성이 가장 잘 발휘되는 순간이다.

환경은 전략이다. 가장 최첨단을 달리는 결과물을 낳기 위해서는 가장 원초적인 환경이 필수적이다. 환경의 감성과 인간의 이성이 만나게 하는 지혜, 여기에 해법이 있다.

[우종민 인제대 서울백병원 정신과 교수]
출처 : 나도 최고경영자(CEO)가 될 수 있다
글쓴이 : 사랑방주인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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