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힙합마케팅
< ‘힙합뮤지션 조PD’가 광고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먼지를 털며 창문을 청소하는 여인에게‘래핑’으로 드럼연주를 주문하자 먼지떨이는 ‘스틱’이 되고 유리창은 ‘드럼’으로 변한다. 길거리엔 자동차가 서있고 옆에 앉은 신사에게 피아노연주를 주문하면 자동차는 훌륭한 ‘피아노’가 된다. 길가는 여인의 핸드백은 ‘보컬기타’로 변신하며 에어컨냉각기는 ‘스피커’가 되어 웅장한 음악을 내뿜는다. 그리고 골목에서 이제 막 결혼식이 끝난 신랑신부가 타고 있을 법한 승용차의 와이퍼가 흰장갑을 둘러쓰고 조PD의 ‘래핑’에 박자를 맞춘다>
이 장면은 가수의 음반광고가 아니라 ‘케이티엔지’의 ‘상상예찬’이라는 테마의 기업이미지광고이다. 기업광고라는 것이 흔히 상품 판매촉진 활동이거나 또는 인간적인 면을 부각시켜 기업이미지를 발신하는데 반해 조PD를 등장시킨 케이티엔지(KT&G)광고는 힙합을 접목시켜 기업이미지광고를 한다는 점에서 다소 파격적이다. 지금까지 몇몇기업에서 상품을 광고할 때 간혹 힙합을 마케팅테마로 쓴 적은 있으나 기업이미지를 발신하는데 힙합마케팅을 전개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조PD가 새로운 시도를 함으로써 엔터테인먼트 계에 혜성과 같이 등장한 것처럼 케이티엔지도 기업이미지를 발신하는데 있어서 새로운 시도를 함으로써 차별화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조PD의 등장은 90년대 말 인터넷이 보편화되기 전 ‘나우누리’라는 PC통신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가수로의 데뷔는 일반적으로 음반을 냄으로써 시작되는데 반해 조PD는 기존의 방식을 깨고 새로운 유통채널인 PC통신을 활용했다. 지난 1999년 인터넷을 통해 띄운 ‘Break Free’는 몇 일만에 2만여명이 다운로드 함으로써 언더그라운드의 특급가수로 급부상한다. 그의 음악은 힙합을 통해 현실적인 사회문제에 대해 솔직하고 신랄하게 비판하며 가사에는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욕설까지 뒤섞었다. 이는 네트워크세대로서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갈구하던 10대 청소년들과 젊은이들의 가슴을 뻥 뚫어 버렸고 단숨에 수 만명을 매니아로 사로잡았다. 조PD는 얼굴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서태지에 이어 한국최고의 힙합뮤지션으로 떠오른다. 천재적인 음악성을 가지고 있는 두 사람은 한국가요계의 큰 흐름을 바꾼 것이 공통점이나 1990년대 초 서태지가 텔레비전이라는 공중파미디어를 통해 부각되었다면 조PD는 1990년대 말 인터넷이라는 뉴미디어를 통해 엔터테인먼트 세계를 장악한 것이 다른 점이다.
음악으로서 힙합, 그리고 힙합마케팅
몇 년전 뉴욕을 여행하는 길에 메이시백화점 근처에서 길거리공연을 하는 한 패거리의 흑인들을 만난 적이 있다. 10대 후반인 듯한 10여명의 흑인들은 특별한 악기도 준비하지 않은 채 공연준비를 하고 있었다. 가진 것이라곤 조그만 스테레오카세트레코더와 양철로 된 양동이가 전부였지만 대열을 맞춰 공연을 준비하는 동안 지나가는 사람들이 꽤 많이 모여들었다. 카세트를 틀고 리더가 래핑을 시작하자 나머지 동료들은 격렬한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들은 한사람씩 돌아가며 각각 다른 동작의‘브래이킹 댄스’를 선보였고 뒤로 갈수록 비트는 더욱더 강해졌다. 위험한 아스팔트바닥 위에서 추는 곡예수준의 브래이킹 댄스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길거리공연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그 중 몇 명이 모자를 거꾸로 들고 관람비를 받았다. 음악 또한 형식에 구애받지 않듯이 관람료 또한 형식에 구애받지 않았고 관객들은 몇 센트에서 몇 달러까지 ‘힙합스럽게(?)’ 관람료를 지불했다. 힙합은 1970년대 후반 미국도심 길거리에서 흑인과 라틴사람들의 자유의지가 음악으로 표출되면서 정형화 되었다. 힙합은 기존의 음악이 가지는 고정관념을 깨뜨리며 그 이전에 젊은이들을 매혹시켰던 ‘락(Rock)’음악보다 한층 더 자유스럽고 차별화 된 모습으로 발전되었다. 힙합은 길거리 엔터테인먼트로, 또 일시적 유행에 그치지 않고 독특한 하나의 문화코드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헐렁한 티셔츠와 데님(Denim)팬츠, 그리고 리드미컬하게 말하듯이 떠드는 랩, 온몸을 써서 격렬하게 추는 ‘브레이킹댄스’가 힙합의 상징물이지만 그 이면에는 ‘창의성과 다양성’도 강조된다. 힙합은 전세계 자유를 갈구하는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안했고 이제는 마케팅의 한 쟝르로 자리매김했으며 엔터테인먼트, 패션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리고 힙합은 수 십억달러의 거대한 시장을 창출하기에 이르렀다.
케이티엔지의 차별성을 뚜렷이 부각시킨 힙합마케팅
케이티엔지는 조PD를 광고의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상상예찬’이라는 힙합마케팅을 전개함으로써 기업이미지를 뚜렷이 차별화시켰다. 또 특정기업의 마케팅활동이란 차원을 넘어 우리 젊은이들에게 상상의 폭을 넓힐 것을 주문하고 다양성과 창의성을 심어주기 위해 애쓴 흔적도 엿보인다. 인류역사가 기록된 이래 우리나라는 세계역사상 한번도 문명의 중심에 서보지 못했으나 최근 인터넷과 모바일분야를 통해 21세기 디지털문명의 중심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1990년대 중반이후 젊은이들이 벤쳐기업을 창업하고 무한한 가능성에 도전할 수 있었던 배경은 상상을 바탕으로 한 창의성이 폭발적으로 발산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는 한 사람의 젊은이가 상상을 구체화시켰을 때 얼마나 큰 가치를 생산해 내는지 알아둘 필요가 있다. 그것이 바로 마이크로소프트, 야후, 구글 같은 기업이 출현한 배경이다. 국가자원이라고는 사람이 전부인 우리가 후대들에게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그런 의미에서 기업들은 젊은이들에게 창의적인 발상을 하도록 동기를 부여해야 하고 역동적인 힘을 발산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줘야 한다. 그래서 케이티엔지의 [당신의 상상이 필요합니다]라는‘상상예찬’시리즈는 차원을 높여 지속, 발전되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