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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마음을 사로잡는 ‘스토리 경영’

dudb2 2011. 10. 20. 12:27

세상은 온통 스토리에 둘러싸여 있고, 사람들은 스토리에 더욱 열광하고 있다. 감성과 소통이 중요해진 21세기 경영에서 스토리의 힘과 활용도가 그만큼 커지고 있다. 기업 경영에 스토리를 활용하기 위한 몇 가지 핵심을 짚어본다. 
 
최근 사람들의 모임에서 ‘슈퍼스타 K’가 화제거리로 자주 오른다. 이 프로그램이 엄청난 관심과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일반인 대상의 오디션 프로그램이였다는 점이 한 몫 했겠지만, 노래 실력만을 겨루는데 그치지 않고, 노래 실력과 함께 보통 사람들의 인생 역정 스토리를 담아냈다는 점도 큰 역할을 했다. 특히, 패자부활전을 거쳐 우승한 주인공 ‘허각’을 보며 감동과 희망을 느꼈다는 사람이 많았다. 결승전까지 우승후보로 거의 꼽히지 않았던 인물이 거의 완벽한 연예인 실력을 보인 유력한 우승후보자를 제친 것은 그만큼 시청자들이 공감하고 몰입했기 때문이다. 낮에는 환풍기 수리공으로 밤에는 행사장에서 노래하며 꿈을 키워왔던, 평범한 주인공의 인생 스토리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열광적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수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생활한다. 어떤 스토리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거나 공감을 얻는다. 때로는 듣는 이의 행동까지 바꾸게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야기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려는 시도가 다양한 영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최근 스토리가 주목 받게 된 이유를 살펴보고, 기업 경영에 스토리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몇 가지 팁을 제시하고자 한다. 
  
1. 스토리로 둘러싸인 세상 
  
‘스토리’라고 하면 의례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를 떠올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요즘 주위를 둘러보면 심심찮게 이 단어를 발견할 수 있다. ‘Wine with Story’, ‘이야기가 있는 아파트’ 등의 광고 문구는 기본이고, ‘이야기가 있는 참치’ 식당 간판까지 눈에 띈다. 심지어 유명 여배우의 인터뷰에서도 빠지지 않는다. “빅뱅의 탑은 뭔가 스토리가 담겨 있는 얼굴이어서 좋다”는 식으로. 그만큼 스토리가 사람들에게 뭔가를 강력하게 어필하는데 효과가 있다는 증거다. 
  
● 스토리의 힘 
 
기본적으로 스토리는 강한 흡입력을 갖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중 하나로 꾸준히 꼽히는 이탈리아 로마가 대표적이다. 특히, 지금은 황폐화되고 무너져 기둥만이 몇 개 서있어 황량한 느낌의 ‘포로 로마노’를 보기 위해 전세계인들이 끊임없이 찾아오는 것은 무엇일까? 누구나 인정하듯이, 그곳은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이야기가 넘쳐나는 곳이기 때문이다. 
 
스토리가 단지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데 그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일어난 ‘칠레의 기적’이라 일컬어지는 칠레 광부들의 이야기가 좋은 예다. 매몰된 지 69일 만에 광부 33인이 극적으로 구조된 이 이야기는 순식간에 전세계인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또한 낯선 국가로만 여겨지던 한 국가의 브랜드까지 한층 격상시켜놓았으니, 스토리의 힘은 정말 대단하다. 세계는 불굴의 의지로 역경을 이겨낸 소시민 노동자들의 이야기에 열광했고, 구조 과정을 통해 칠레라는 나라는 ‘희망과 가족애로 좌절하지 않는 국민’과 ‘자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정부’의 모습으로 세계인의 가슴 속에 강렬하게 새겨졌다. 
  
● 스토리텔러 리더십 
 
스토리의 활용 분야도 광범위해서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문화예술 전반에서부터 마케팅은 물론이고, 딱딱한 정치분야까지 스토리의 덕을 보고 있다. 스토리를 통해 미국의 비전을 전달하고 리더십의 위력을 발휘한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연설을 보자. 감동을 이끌어 내는 연설가로 유명한 그는 이날 연설 도중 앤 닉슨 쿠퍼라는 106살 할머니 이야기를 꺼냈다. 
  
“할머니는 자동차도 비행기도 없던 시절, 노예의 후손으로 태어났습니다.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여성이라는 이유로 투표를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지금 여성들이 제 목소리를 내고, 투표 용지에 손을 뻗는 것을 보았습니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Yes, We Can).” 
 
이 이야기를 듣는 미국 시민들은 눈에 눈물이 맺혔고 가슴으로 그의 메시지를 느낄 수 있었다. 만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시민들의 투표권 확대과정, 미국이 이룬 경제 발전 등에 대한 설명을 구구절절 늘어놓았더라면 사람들이 이토록 감동을 받았을까? 그는 논리보다는 감성을 자극하는 짤막한 이야기를 통해 미국의 변화를 국민들 뇌리에 효과적으로 각인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2. 이야기하는 기업이 성공한다 
  
어디에서나 활용이 가능한 스토리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고, 공감과 몰입을 통해 설득과 믿음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임에 틀림없다. 기업에서도 이런 스토리의 힘을 마다할 리 없다. 비즈니스에서 스토리 활용의 역사는 꽤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다. 1789년 알프스 산맥의 작은 마을 에비앙에 신장결석을 앓던 한 귀족이 요양하면서 마을의 우물물을 마신 후 신기하게도 병이 나았다. 그 물의 정체를 탐구한 결과, 알프스의 눈과 비가 여러 해에 걸쳐 녹고 어는 과정을 통해 매우 깨끗하고 인체에 효험이 있는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후 1878년 처음으로 프랑스 정부로부터 공식 승인을 받아 상업화한 물이 바로 ‘에비앙’ 이다. 원래 신장결석은 아무 물이나 많이 먹으면 돌이 빠져나가 낫는 병인데, 이 기발한 스토리 덕분에 에비앙이 오늘날 세계적인 ‘먹는 샘물’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생수업체의 스토리가 고전 사례라면, 애플을 빼놓고는 오늘날의 스토리 경영을 논할 수 없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대성공은 제품의 성능과 효용성, 애플의 브랜드 가치 때문이기도 하지만, ‘걸어 다니는 스토리뱅크’로 불리는 CEO 스티브 잡스의 인간승리 스토리도 한몫을 했다. 양부모 밑에서 자란 그의 인생은 실패와 포기할 줄 모르는 도전의 연속이었다. 창업한 회사에서 쫓겨나고 암이라는 극한 상황까지 극복한 스토리는 고객을 사로잡는데 손색이 없다. 
 
대외적으로 기업을 소비자에게 알리고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마케팅에서의 스토리 활용은 기본이고, 내부적으로 비전과 전략 같은 기업의 방향성을 구성원들에게 공유하고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내기 위한 조직 커뮤니케이션 도구로서도 스토리텔링은 탁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 국내 건설사의 인수과정에서도 스토리텔링이 활용되었다. 자금력 등 소위 스펙에서 열세였던 기업은 적통성과 여론 홍보를 위해 창업주 회장의 스토리를 꺼내 들어 치열한 인수 경쟁에 힘을 보탰다. 기업 경영에서 스토리와 스토리텔링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가히 ‘스토리 경영’이라 부를 만 하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 강력한 스토리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앞서 스토리의 힘이 대단하고 광범위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는데, 그 이면에 감추어진 이유를 좀 더 자세히 살펴봄으로써 스토리 경영이 확대되는 당위성을 확인할 수 있다. 
  
● 이야기하는 인간, 호모 나랜스 
 
무엇보다도, 누구나 이야기를 좋아하는 인간의 본성 때문이다. 이야기에 몰입하고, 이야기에 울고 웃으며 감정에 영향을 받고, 행동까지 변화된다. 그 이유는 우리 뇌가 이야기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인지심리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간의 뇌에는 이른바 ‘이야기 저장 영역’이 따로 있어서 중요한 사실을 이야기 형태로 저장한다고 한다. 그래서 연관성 없이 나열된 이름이나 단어들 보다 이야기 기억이 훨씬 오래 가며, 그 기억 용량도 엄청나다고 한다. 실제 어린 아이는 언어보다 먼저 이야기하려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렇게 선천적으로 인간은 이야기 속에서 나와 너를 구분하고 세상에 대해 배우게 된다. 스토리는 삶의 의미를 구성하는 중요한 도구인 셈이다. 더구나 요즘처럼 하루가 멀다 하고 신기술과 매체가 쏟아지는 디지털 시대에, 사람들이 이야기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행위가 특정 매체나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한결 자유로워지고 있다. 그만큼 인간의 삶에 스토리는 더욱 불가분의 관계가 될 것이며 그 영향력 또한 확대될 것임에 틀림없다. 
  
● 감성이 힘을 발휘하는 시대 
 
다음으로, 감성이 중시되는 시대 변화로부터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20세기 사회가 객관적인 정보를 중시하는 이성 중심적 사회였다면, 21세기는 다양함이나 경험을 중시하는 감성 중심적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미래학자 롤프 옌센은 정보화 시대가 지나면 소비자에게 꿈과 감성을 제공하는 것이 차별화의 핵심이 되는 ‘드림 소사이어티’가 도래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스토리가 엮어내는 꿈과 감성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최고의 글로벌 기업들은 상품과 서비스의 품질이 엇비슷해지면서 가격이나 기능만으로 고객에게 주목 받기가 어렵게 되었다. 이제는 고객과 교감할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힘’이 기술과 더불어 기업 차별성의 원천이 되고 있다. 
 
최근 국내 화장품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때아닌 옛이야기 찾기 경쟁도 같은 맥락이다. 기존에는 최첨단 기법과 원료 중심의 전쟁이 치열했다면, 지금은 화장품업계가 소비자들에게 해당 제품의 원료 및 제품 개발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일례로, LG생활건강의 새로운 브랜드 ‘빌리프’는 헝가리 왕비 엘리자베스가 할머니가 되어서도 아름다움을 유지하게 한 신비의 물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일화 등을 소개하면서 고객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 스토리는 21세기 창의 경영의 출발점 
 
기업들의 스토리 활용을 단지 외부 고객들을 사로잡기 위한 제품 마케팅 차원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기업들은 스토리를 21세기 창의 경영의 중요한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스토리는 마케팅 차원을 넘어 내부 구성원들의 몰입과 창의성을 불러일으켜 상상력을 발휘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스토리텔링의 세계적 권위자인 스티븐 데닝(Stephen Denning)은  “스토리를 이용한 커뮤니케이션은 직원들에게 마음의 문을 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든다.”고 밝혔다. 스토리텔링을 통해 구성원들에게 자신과 조직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고 새로운 모습에 맞추어 결정을 내리고 행동을 변화시키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말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 글로벌화가 심화되고 산업간, 영역간 컨버전스가 확대되며 기존 경쟁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경영의 패러다임은 효율성 중심에서 창의성 중심으로 바뀌었다. 기업들이 앞으로의 불확실성을 헤쳐 나갈 돌파구로서 창의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산업화 사회 이래로 효과적이었던 위계적이고 공식적인 조직체계가 아닌 수평적이고 비공식적인 방식이 요구되고 있다. 과거처럼 경영진들에 의해 결정된 목표, 전략, 계획이 나머지 조직원들에게 일방적으로 하달되고 이를 관리되는 식으로는 급변하고 불확실성이 높은 환경에서 새로운 해답을 찾기에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구성원들의 다양성이 맘껏 소통되고 그들이 자율적으로 몰입하게 될 때 창의적인 아이디어 생산이 활발해질 수 있다. 따라서 오늘날 기업들에게 조직 커뮤니케이션 대안으로 스토리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간단한 스토리만으로도 공감이 가고 진정성이 담겨있다면, 경영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기업의 핵심 가치나 미래 방향성을 구성원들이 쉽게 이해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몸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3M의 사례를 보자. 이 기업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기업의 가치와 문화를 소통하고 발전시키는데 스토리를 이용해왔다. 다른 기업들이 가치를 단지 목록으로만 가지고 있었던 것과는 달리, 3M과 직원들은 많은 발명가와 혁신적 선구자에 관한 스토리를 찾고 사용함으로써 3M의 추상적인 가치를 좀 더 구체화해 왔다. 기업 혁신의 대표적 사례로 널리 인용되고 있는 ‘포스트잇’ 발명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도 그 일부에 지나지 않으며, 이와 유사한 스토리가 수없이 많다. 물론 이 회사가 스토리만으로 성장한 것은 아니다. 스토리를 중심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15% Rule’ 같은 일관되고 구체적인 활동들이 이어졌기에 3M이 혁신의 선구자적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다. 
  
3. 스토리 경영의 정석 
  
스토리의 위력에 주목하게 된 기업들이 저마다 스토리 경영을 외치기 시작했지만, 막상 실행은 쉽지 않아 보인다. 세상에 널려 있는 게 스토리라고 하지만 뒤집어 얘기하면, ‘그저 그런 얘기를 그저 그런 방식으로 이야기하기’가 십상이기 때문이다. 결국 스토리 경영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스토리와 스토리텔링의 차별화 여부가 관건이다. 
  
● 살아 숨쉬는 스토리 
 
스토리 경영은 컨텐츠 측면에서 무엇보다도 살아 숨쉬는 이야기가 전제 조건이다. 다음의 이야기를 보자. 
영국의 한 화가가 떠돌이 개를 집으로 데려와 ‘니퍼(Nipper)’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키웠단다. 언제나 주인과 같이 음악을 즐겨 듣던 니퍼는 어느 날 주인이 죽자 혼자 쓸쓸히 지내고 있었다. 그렇게 헤매던 중 주인과 함께 듣던 ‘무도회의 권유’라는 곡이 들려오자, 니퍼는 소리가 나는 곳으로 달려가 축음기 앞에 앉아 주인을 그리워했다는 애절한 이야기다. 
 
현재 RCA레코드사의 등록상표로 사용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하며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는 이 강아지 이야기에 정말 귀가 쫑긋해지지 않는가? 제법 굴곡도 있어 재미있고 공감할 수 있는데다, 축음기를 통해 제공하려는 가치와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스토리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해답은 간단하다. 우리가 스토리에 둘러싸여 살고 있듯이, 일상의 흔한 소재부터 무엇이든 이야기할 수 있다. 모든 기업도 이미 스토리의 소재를 충분히 가지고 있는 셈이다. 기업 설립의 역사에서부터 상품, CEO, 성공과 위기, 직원과 고객, 협력업체까지 스토리로 가능하다. 
 
하지만 스토리가 르느와르의 그림처럼 아름다움만을 담아낼 필요는 없다. 항상 이상적인 이야기보다는 듣는 이를 몰입시키는 재미가 생명이다. 사실 위의 강아지 얘기도 상표를 만들려고 그럴듯하게 지어낸 이야기라고 한다. 그렇다고 매번 완전히 새로운 얘기를 지어낼 필요는 없다. 다만 호기심을 자극하는 사건과 갈등이 있어야 한다. 미국 몬타나주립대의 로널드 토비어스 교수는 고전 속에 들어있는 사건들의 배열을 분석하여 인간을 사로잡는 이야기의 패턴 20가지를 제시했다. ‘추구, 모험, 추적, 구출, 탈출, 복수, 수수께끼, 라이벌, 희생자, 유혹, 변신, 변모, 성숙, 사랑, 금지된 사랑, 희생, 발견, 지독한 행위, 상승과 몰락’이라는 플롯 패턴으로 모든 이야기가 설명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발한 착상 보다는 이러한 패턴들의 조합으로도 충분히 재미있고 새로운 이야기가 탄생할 수 있는 것이다. 
 
재미로 사람들을 몰입하게 할 수 있지만 그것이 꼭 감동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감동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듣는 이가 이야기 속 주인공과 정서적으로 일치감을 갖게 하는 진정성이 담겨있어야 한다. 누군가의 이야기가 ‘내 이야기’ 같을 때 사람들은 쉽게 동의한다. 이때 경험과 체험이 담긴 이야기가 주효할 수 있다. 한번도 가본 적 없는 아프리카 어느 나라의 아이들을 돕기 위한 기부 프로그램에서 유명인이 직접 방문하고 그곳에서 겪었던 에피소드를 들려주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기업들이 자사 제품과 관련된 자신의 이야기와 사연을 알리는 소비자인 일명 ‘스토리슈머’를 통해 스토리 발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도 감정이입을 불러일으켜 마음을 움직이기 위함이다. 
 
마지막으로, 스토리에는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가 담겨 있어야 한다. 그 이야기를 왜, 무슨 목적으로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기업 경영은 기업의 철학이나 핵심 가치 등을 달성하기 위한 일련의 목적 지향적 활동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스토리 경영에서의 스토리 또한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와 연계된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할 수 있을 때, 궁극적으로 듣는 이의 마음과 행동 변화를 기업이 추구하는 방향으로 제대로 이끌 수 있을 것이다. 
  
●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 
 
별로 우습지 않은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재미있는 이야기를 썰렁하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 마찬가지로 제아무리 살아 숨쉬는 이야기일지라도, 전달 형식이나 방법에 따라서는 스토리의 진가를 반감시킬 수 있다. 반면 쌍방향성과 현재성을 살릴 수 있는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Interactive Storytelling)으로 스토리의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다. 스토리텔링은, 단어 자체가 이야기(Story)와 말하기(Tell), 그리고 현재진행형(ing)로 구성되어 있듯이, 말하는 이와 듣는 이가 현재 상황을 공유하고 그에 따라 상호작용한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 더구나 21세기의 스토리텔링은 단순히 1인 작가, 종이, 문자 등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내용과 형식을 포함하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양방향성을 띤 디지털 매체의 발달로 멀티미디어를 활용할 수 있게 되어 상호작용성이 강화되고 있다. 또한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보급 및 확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성장 등으로 가상공간에서 다양한 콘텐츠의 활용 및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져 현재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미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한 디지털 스토리텔링의 사례도 적지 않다. 일찍이 BMW는 2001년부터 인터랙티브 광고 형식으로 스토리텔링 세계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길어야 몇 십 초 내에 상품 정보를 전달하고 구매자의 욕구도 자극해야 하는 기존의 일방향적 TV광고 대신 웹사이트에서 ‘하이어(Hire)’ 라는 단편 영화를 상영한 것이다. 2001년에만 무려 1,400만 명 이상이 이 애드무비를 보기 위해 BMWfilms.com에 가입했으며 다음 해 기록적인 매출증가로 이어질 만큼 스토리텔링의 반응은 엄청났다.  
 
고객의 흥미를 이끌어내면서도 디지털 세상에서 고객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최근에는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기술을 활용한 스토리텔링도 등장했다. 일례로, P&G는 이 기술을 활용하여 온라인 3D 마술쇼를 펼친다. 사용자는 매직 아이콘을 프린트해서 이를 웹캠 앞에 들고 있으면 곧 모자가 나오고 그 속에서 토끼가 튀어나오는 식이다. 
 
한발 더 나아가 쌍방향식 스토리텔링 홈페이지를 선보인 기업도 눈에 띈다. 웅진코웨이는 2008년 9월, 기존의 일방적 정보 나열식 홈페이지를 자유롭고 감성적인 형식과 스토리 중심의 고객 참여형 홈페이지로 탈바꿈시켰다. 다양한 고객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업이 공개를 꺼리는 민원, 불만 사례를 스토리로 재구성해 고객이 적극적으로 읽을 수 있도록 발상의 전환을 꾀했다. 함께 개설된 ‘비즈-블로그’ 에는 환경, 웰빙 등 이 회사와 관련된 제품과 생활 이야기를 담아내면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고객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면서 다양한 스토리를 재생산해내고 있다. 
  
4. 이야기는 계속 되어야 한다 
  
살펴본 바와 같이, 세상을 둘러싸고 있는 ‘스토리’의 힘에 주목하기 시작한 기업들은 스토리 경영을 확대해나갈 것이다. 스토리 경영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살아 숨쉬는 이야기와 듣는 이와 공감할 수 있게 하는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스토리 경영 시대에 스토리 자체에 매몰되어서는 곤란하다. 기업이 추구하는 본질은 단지 이야기꾼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스토리가, 기업의 가치를 소통하고 몰입과 공감을 얻어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한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대안이라는 점에서, 미래 경영에 필수적인 도구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목적과 수단을 혼동된 ‘스토리를 위한 스토리’ 내지 진실성 없이 의도된 허구적 스토리텔링은 경계해야 한다. 이는 조작된 감동이나 현실의 천일야화에 불과할 뿐이다. 기업들은 스토리로 사람들에게 단지 꿈을 제공하는데 그쳐서는 안 된다. 궁극적으로 꿈과 가치를 현실화시키기 위한 기업 활동을 통해 스토리가 실체로 뒷받침될 때 스토리는 진가를 더 발휘할 수 있다. 그러므로 ‘스토리→꿈→실체→스토리’로 이어지는 스토리 경영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감동적인 새로운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다. 이를 통해 단편적인 일회성 스토리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연계되어 일관된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는 네버엔딩 스토리로 만들어야 한다. 
 
슈퍼스타K를 통해 스토리로 부각된 ‘허각’이지만, 대중들은 언제라도 가수로서의 재능이 없다고 보면 과감히 그를 버릴 것이다. 그래서 허각은 이제 자신만의 ‘노래 스토리’를 만들 필요가 있다. 그것만이 그가 시장에서 살아남는 법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스토리 경영을 활용하고자 하는 기업들은 스토리 자체에 대해서도 고민해야겠지만, 이와 함께 이야기를 빼면 과연 무엇이 남을지를 진지하게 자문해봐야 한다. 

 

[출처] LG경제연구원

출처 : 나도 최고경영자(CEO)가 될 수 있다
글쓴이 : 사랑방주인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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